아웃리치?
우리 교회에서는 해외 또는 국내로 약 일주일 정도 선교 봉사를 떠나는 것을 아웃리치라고 부르는 것 같다(내 생각). 나는 7월 말 - 8월 초에 화개에 있는 교회로 4박 5일간 아웃리치를 다녀오게 되었다.
어떻게 가게 되었는지?
그냥 다들 가는 거니까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올해는 특히 순장이라는 역할을 맡게 되었는데, 나도 하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가라고 말하지 못하는 성격 때문에 순원들에게 아웃리치에 가자고 말하기 위해서 가야했다. 솔직히 가고 싶은 마음도 있었던 것 같다.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아웃리치를 기다려왔는지 궁금했고 나도 예수님을 깊게 만나는 경험을 하고 싶었다.
문제는 7월에 우리 회사가 굉장히 바쁠 예정이라는 것이었다. 7월말까지 제품 출시라는 목표는 정해져 있었고, 기획은 6월 말에도 확정되지 않은 상태여서 실질적인 개발은 하나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동안의 경험상 7월말 출시지만 출시 직후에는 우리가 발견하지 못한 버그들이 있어서 8월 초까지는 굉장히 바쁠 것이라는게 나의 예상, 우리 회사 모두의 예상이었다. 7월 말에 휴가를 쓸 수 있을 것 같지 않았고, 그래서 가고는 싶지만 4박 5일 중 금토일 2박 3일만 참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상한 사람이 될 수 있을까?
2박 3일만 참여해야겠다고 마음 먹고 있던 상태에서 정말 감사하게 내가 존경하고 닮고 싶은 친구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게 되었다. 그 당시 이 친구의 기도제목이 '아웃리치를 갈 수 있게 되었지만 마음이 편치 않다.'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 주였나 다음주 토요일에 만났을 때 회사에 아웃리치를 위해 휴가 사용한다는 이야기를 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그동안 아웃리치가 없었어서 조용히 회사 다녔는데 이번에 회사 사람들 놀래켜줬다. 여름 휴가 계획을 말할 수 있는 자리가 있었는데 거기서 아웃리치를 위해 일주일 휴가를 쓴다고 말했어. 사람들이 아웃리치가 뭐냐고 물어보고 내 돈내고 가는거냐고 물어봐서 이야기 해줬는데 나 엄청 이상한 사람으로 생각하겠지?
근데 난 계속 이상한 사람이 되고 싶어.
앞의 내용은 정확하지는 않고 내 기억대로 쓴 내용인데 마지막에 '난 계속 이상한 사람이 되고 싶어'라는 말과 그 때 그 친구의 표정이 아직도 잊혀지지가 않는다. 나는 아웃리치를 위해 휴가를 쓸 거라고 회사에 말할 수 있나? 나는 당연하게 3일만 참여하려고 했었는데 회사가 바쁜데 아웃리치 때문에 휴가쓰는 것을 내가 이상한 사람으로 생각해 왔던 것을 알게 됐다.
이때부터 눈물이 계속 났던 것 같다. 예수님을 믿는다고, 사랑하다고 하지만 정작 내 삶에서 예수님을 최우선 순위로 두는 사람들을 이상한 사람으로 생각해온 위선적인 나 자신을 알게 됐고, 그럼에도 하나님께서 아직 나를 포기하지 않아주심에 감사했다.
나도 휴가를 승인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회사에 휴가를 쓰고 아웃리치에 가겠다고 말해야겠다는 마음이 생겼고, 이 이야기를 듣게 된 것이 하나님의 인도하심이라는 생각과 아웃리치 전체 참석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다.
휴가 쓰기
팀장님께 휴가를 쓴다고 이야기했고, 거절당했다. '하나님 주신 마음이었고 순종했는데 왜 거절이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나의 부족함에도 포기하지 않으시는 하나님의 사랑에 감사했고 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팀장님의 휴가 쓰기 힘들 것 같다는 말 한마디에 믿음과 감사가 무너지는 것을 경험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때도 기도를 할 수 있었음에 감사하다. 순장으로 보내주셨는데 내가 우리 순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기도밖에 없음을 알게 해주셔서 기도의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 순원들을 위해 기도하며 나에게도 아웃리치에 갈 수 있는 상황이 열리길 기도했다.
그 다음주 월요일이었나? 오전 회의가 끝나고 팀장님께서 그때 말한 휴가 다녀오라고 말씀해주셨다. 너무 기뻤다. 그때 우리 순과 다락방에 이 기쁨을 나눴었던 것 같다. 지금 이 길에 하나님께서 동행해주심이 느껴졌고 그것만으로 기뻤던 것 같다.
아웃리치 가기까지
휴가를 쓸 수 있게 되어서 정말 기뻤는데 바로 어려움이 찾아왔다. 우리 회사가 7월 말까지 크런치 모드에 들어가게 되었는데, 강제로 9시 출근 8시 퇴근이 되었다. 모든 상황을 열어주셨음에도 이런 작은 일에 또 마음이 흔들렸고, 같이 일하는 동료들에게 너무 미안했다. 말이 8시 퇴근이지 8시에 바로 퇴근한 적이 손에 꼽았고 보통 9시 반에 퇴근했던 것 같다. 자정쯤 퇴근한 날도 몇 번 있었는데 다른 동료들도 새벽까지 일하며 몇 분은 이 기간 동안 하루에 3시간 밖에 자지 못했다.
교회에서는 매주 아웃리치 팀모임을 해야 했다. 반복되는 야근과 팀모임으로 체력적으로 정말 힘들었다. 체력은 자신 있었는데 이때는 몸이 정말 아팠다. 그런데 이 힘든 시간들 때문에 그 곳에서 예수님께서 정말 나를 기다리고 계신다는 확신이 생겼다.
하나님께서는 내가 생각하지 못한 방식으로 길을 열어주시는데 하나님을 전적으로 신뢰하지 못하는 내 연약함과의 싸움이었던 것 같다. 머리로는 하나님 따라가면 모든 길을 예비하시는 것을 알지만 여전히 내 힘으로 하려고 했고, 동료들 고생하는데 혼자 휴가로 떠난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웠다. 나는 이상한 사람이 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컸던 것 같다. 그런데도 은혜는 받고 싶었고 기도의 자리가 좋았다. 최대한 우리 아웃리치 팀의 기도회와 금요 기도회에 참석하려 했고 퇴근이 늦어서 항상 지각했지만 그래도 자리를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 나의 뜻대로 아웃리치에 가는 길이 진행되지 않아서 마음이 어려웠고, 내가 있는 상황이 나를 힘들게 했지만 기도회의 자리에서 나를 위해 기도해주는 동역자가 있어서 너무 감사했다.
아웃리치 출발 전날은 퇴근 하는 길에 목에 담이 걸렸다. 결국 잠도 제대로 못잤는데 아침에 노트북을 가져가야 말아야 하나로 거의 20분은 고민하며 가방에 넣었다 뺐다가를 반복했다. 그런데 그냥 놓고 갔다. 온전히 하나님과의 관계에 집중하고 싶었다. 그렇게 아웃리치를 출발하게 됐다.
아웃리치에서
나는 총무로, 심방팀으로 아웃리치에 가게 되었다. 아직도 총무의 역할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아무것도 안했고 아무것도 안시켰다. 심방팀으로서는 그래도 뭔가를 해야할 것 같았지만 할 수 있는게 없었다. 심방팀장님이 사야할 것들, 준비해야 할 것들을 다 고민해주셔서 아무것도 안했다. 순장이지만 함께 가게된 우리 순원들도 챙기지 못했다. 너무 훌륭한 순원들이라 사실 챙길 것도 없었는데 나는 이 곳에 내가 이렇게 힘들게 오게 된 이유를 찾는데 집중했던 것 같다.
내가 하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것 같아서, 그리고 없을 것 같아서 짐이라도 열심히 날라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생각 없이 할 수 있는 일이라서 좋았고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은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이런 역할이 나랑 가장 잘 맞는 것 같다. 앞에 나가서 무언가를 하는 것은 아직 내게 어렵고 부담스럽다.
첫 째날은 목사님과 인사하고 마을 회관을 돌며 어르신들께 드릴 미숫가루와 커피를 만들었다. 그리고 저녁에 기도하고 말씀을 읽고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둘 째날은 본격적으로 심방을 다녔다. 우리가 갔을때 나가라고 하신 곳이 있었는데 그 때 나오면서 이 곳에도 복음이 전달되게 해달라고 기도했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원래 나였으면 '뭐 어쩔수 없지'이런 마음이 들었을텐데 어르신들이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저녁에는 목사님과 본부에서 찾아와서 같이 찬양하고 기도했다.
셋 째날은 다음 날 있을 예배와 마을 잔치를 준비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교회 장로님의 도움으로 장로님 댁에서 하루 잘 수 있었다. 감사하게도 멘토님께서 먼 길을 찾아오셔서 격려해주셨고 정말 감사했다.
넷 째날 마을 잔치가 있는 날이었는데 아침부터 비가 왔다. 전날 태풍이 온다는 예보를 들었어서 날씨를 위해 기도하자고 말했었는데 오전에 비가 와서 기분이 좋지 않았다. 아침에 목사님께서 모세처럼 든 팔을 끝까지 내리지 말자고 말씀해주셨고, 목사님 따님께서 비가 오는 상황에서도 하나님께서는 승리하신다고 말해주었다고 한 것이 위로가 됐다. 하나님께서 이끌어주셔서 이 곳에 오게 되었는데 여기서도 내 생각에 하나님을 가두고 신뢰하지 못했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예배가 시작되었고 비가 오는 가운데에 모든 자리가 찼다. 나의 걱정은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었고 그 자리는 감사와 감격이 채워졌다.
저녁에 혼자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 이제 내일이면 다시 서울로 돌아가고, 그 다음날은 직장에 가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하나님의 크신 능력에 감격하고 감사했지만 또 다시 걱정이 찾아왔다. 동료들을 다시 보는 것이 걱정됐다. 내 앞에서 뭐라고 하지는 못하겠지만 나를 좋지 않게 보는 마음이 있을 것 같았다.
만일 너희가 세상에 속해 있다면 세상이 너희를 자기 것으로 여기고 사랑할 것이다. 그러나 너희는 세상에 속해 있지 않고 내가 세상에서 너희를 택했으므로 세상이 너희를 미워할 것이다. (요 15:19)
그날 저녁 말씀이었다. 그동안 나는 정말 많은 사랑을 받아 왔었다. 세상이 미워할 선택을 한 것이 처음이었다. 마지막 날까지 하나님께서는 말씀으로 내게 말해주셨고, 이제서야 처음으로 하나님 편에 선 선택을 했다. 두려웠지만 감사했다.
마무리
나를 신뢰하느냐?
아웃리치를 준비하면서 돌아오는 시간까지 하나님께서 내게 물어보셨던 것 같다. 나를 신뢰하냐고. 나는 신뢰하지 못했고 내 힘으로 하려했다. 내가 생각한 방향대로 상황이 흘러가지 않으면 조급해지고 두려워졌다. 내 힘으로 할 수록 상황이 풀리지 않았다.
하나님을 신뢰하지 못하고 내가 하려고 했음에도 하나님께서 일하셨다. 날씨를 넘어서, 나의 생각을 넘어서 일하시는 하나님을 보여주셨다. 나는 총무로서, 심방팀으로서, 순장으로서, 아웃리치의 팀원으로서도 아무것도 하지 않았지만 하나님께서 일하셨다. 모든 순간 하나님께서 동행하셨고 내 힘으로 했다면 상상도 못할 것들을 하나님께서 이루어주셨다.
아웃리치에 가기까지의 시간들이 고통스러웠었다. 내 생각을, 내가 하려고 하는 마음을 내려 놓아야 했고, 그게 생각보다 어려웠다. 그런데 이 모든 시간들이 이제는 감사하다. 나의 부족함을 절실히 깨달았고 하나님의 크심을 알게 됐다.
여전히 하나님을 온전히 신뢰하지 못하지만, 하나님만 따르며 이상한 사람이 되는 것이 여전히 쉽지 않고 예수님을 닮아가는 길이 기쁨과 즐거움이 가득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지만 이제는 이 길을 가고 싶다. 나도 누군가에게 예수님의 모습을 보여주는 사람이 되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앞으로 절대 잊혀지지 않을 것 같지만 잊고 싶지도 않다. 평생 기억하고 싶다. 이번 아웃리치를 통해 만난 하나님. 이번 아웃리치를 통해 허락해주신 수많은 만남의 축복들. 나를 위해 기도해준 친구들. 하나님 안에서 너무 멋있고 예뻤던 우리 팀.
힘들다고 징징댔는데 아무말 없이 들어주고 기도해주고 사랑해줘서 너무 감사했는데 울 것 같아서 고맙다는 말도 제대로 전하지 못했다. 언젠가는 마음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