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10월이지만 연말인 것 같이 느껴지는 이유는 22텀이 끝나서인 것 같다. 22텀을 돌아보면서 받은 은혜를 기억하고 다음 텀을 준비하면서 어떤 마음으로 준비하면 좋을지 생각해보려고 한다.
순에서
1월에 순원들을 처음 만나게 됐다. 온라인이지만 기도 제목을 받으며 내가 너무 부족함을 느꼈다. 나의 기도 제목은 '이직하고 싶어요', '건강하게 해주세요' 이런 것들일 때가 많았는데, '반복되는 선택으로 예수님을 증거할 수 있기를 원해요'라는 기도 제목을 받으면서 내가 우리 순원들에게 챙겨줄 수 있는게 있을까? '내 믿음의 부족함이 우리 순원들에게 보여지면 어떡하지?', '다른 순장님들처럼 나는 재밌고 에너지 넘치지 않는데, 순모임의 시간이 재미도 없고 은혜도 없으면 어떡하지?'라는 고민이 생겼다.
그래도 첫 순모임때 순원들이 큐티 나눔을 하자고 이야기해줘서 감사했다. '한 가지 일을 꾸준히 하는 것' 이건 내가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매주 기도 제목을 받고 기도하는 것'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이거 밖에 없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돌아보면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기도밖에 없다는 것을 알려주시려고 하나님께서 나를 순장으로 불러주신 것 같다. 항상 내 힘과 능력으로 하려고 해왔었는데 나의 무력함과 하나님의 크심을 알게 되었다. 이번 텀이 끝나는 날까지 교회 행사가 있는 3일을 빼고 우리 순과 다락방 한명 한명을 위해 매일 기도했다. 물론 글을 읽는 것처럼 기도할 때도 많았지만 가끔은 눈물로 기도할 수 있어서, 하나님께서 기도를 들으시고 회복시켜 주시는 것을 보면서 감사했다.
중간중간 분명히 힘들고 어렵고, 솔직한 심정으로 짜증나고 화나는 순간들도 있었다. 그런데 그런 마음이 들때마다 성령님께서 찾아와주셨고, 나의 연약함을 다시 한 번 보게 되었고, 사랑할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하게 해주셨다. 아직도 사랑하지 못하고 위선적인 나의 모습을 볼 때도 정말 많다. 그렇지만 이제 내 마음으로 사랑하지 못하더라도 그 사람을 위해 기도할 수 있게 되었다.
내가 판단할 수는 없지만 내 생각에 이번 순은 우리 순원들이 예수님을 만나는 순은 아니었던 것 같다. 오히려 내가 예수님을 깊게 만나고, 나의 욕심과 내 능력으로 하려던 것을 내려놓으며 내가 변화되는 시간이었다. 우리 순과 다락방을 위해 한다고 생각했던 기도와 큐티도 나를 변화시키는 통로가 되었다. 말씀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기도로 하루를 마치게 되었고, 이전보다 하나님을 더 생각하게 됐다.
다락방에서
다락방 사람들을 처음 만난건 12월이었다. 처음 다락방 사람들을 온라인으로 만났을 때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된 것 같아서 좋았다. 처음부터 친해지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는데 매주 이야기를 할수록 나와는 다른 사람들이라는 것을 느꼈다. 하나님 이야기를 하는 것이 나는 어색했고, 무슨 말을 해야할지도 몰랐었다. 그런데 다른 순장님, 다락방장님은 당연하게 하나님과 함께한 추억을 이야기하고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서 부러웠고 내가 이 자리에 있어도 되나? 이런 생각도 했다. 나도 이 사람들처럼 되고 싶다는 생각과 나는 왜 저렇게 신앙 생활을 하지 못할까라는 마음이 공존했었다.
다락방 사람들과 만나면서 나는 마음을 잘 열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또 한 번 알게 됐다. 나를 오픈하는게 왜 이렇게 어려운지 모르겠다. 항상 정해진 대답을 하고 있는 나를 볼 때마다 조금 답답하고 나도 내가 왜 이런지 모를 때가 많은데, 따뜻한 우리 다락방 친구들은 이런 나를 끝까지 사랑으로 기다려줬다. 계속해서 나한테 질문해줬고, 사랑해주고 관심가져줬다. 내가 스무살 이후로 이렇게 사랑 받아본 적이 있나 싶을 정도로 사랑과 관심을 부어주었다.
이 사랑에 닫혀 있던 내 마음이 조금씩 열린 것 같다. 토요일마다 만나게 되는 시간들이 기다려졌다. 어릴 때 어떻게 토요일 일요일 둘 다 교회가냐면서 엄마랑 싸웠던 때가 있었는데 이렇게 변한게 신기했다. 내가 우리 다락방 사람들을 친구로 생각하기 시작한 것 같다. 조금씩 내 이야기를 하게 됐고, 이제는 가끔 장난도 치게 됐다.
나는 이 사람들과 다르다는 생각이 사라지고 함께하고 싶어졌다. 함께 예배하고 기도할 수 있음에 감사했고 텀이 끝나는게 아쉽다. 이렇게 헤어지는게 아쉬울 정도로 마음을 나눈 사람이 있었나? 우리 다락방에게 받은 사랑을 흘려보낼 수 있는 순장이었다면 더 좋은 순장이 되었을텐데. 내가 마음을 더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면 우리 다락방 사람들 힘들게 하지 않았을텐데. 조금 더 사랑하고 싶은데 어떻게 사랑하는 것인지 아직은 잘 모르겠어서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다.
우리 다락방 덕분에 하나님을 더 알 수 있었고, 더 하나님 알고 싶어졌다.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이 나에게도 기쁨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생기고 나도 이 친구들처럼 하나님을 생각나게 하는 사람으로 살고 싶어졌다.
좋았던 점
기도, 말씀, 찬양 모두 회복할 수 있는 한 텀이어서 좋았다. 나도 모르는 사이 세 가지 모두 잃어버린 채 살아가고 있었는데 하나님께서는 나를 포기하지 않으셨고, 기도할 수 있게 하셨고 찬양과 말씀의 감격을 회복시켜주셨다.
나도 사랑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희망이 생겼다. 나는 진심으로 한 사람을 사랑으로 품어본 적이 없다. 그런 마음이 생기지 않는 것 같다. 그런데 나를 사랑해주고 이해해주는 친구들을 만나면서 조금씩 다른 사람을 향한 마음이 생기게 되는 것 같다.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말씀처럼 나를 사랑해야 다른 사람도 사랑할 수 있는데 나를 사랑하지 못했었다. 부족한 나를 사랑으로 돌봐주는 친구들을 통해 하나님 사랑하고, 나를 사랑하면 나와 함께 하는 사람들도 사랑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생겼다.
끝까지 기도할 수 있어서 좋았다. 다음 텀도 기도를 포기하지 않으려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기도 뿐이니까.
큐티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어서 좋았다. 말씀에 나를 비추어 나의 연약함을 매일매일 볼 수 있었고, 때로는 이게 너무 아팠지만 그럼에도 나를 사랑해주시는 하나님을 알 수 있어서 감사하다. 이것도 다음 텀에 계속 이어가고 싶다.
내 곁에 계시는 예수님을 느끼게 됐다. 예수님께서 함께해주셔서 평안함을 느꼈다.
아쉬운 점
처음부터 마음을 열지 못한게 너무 아쉽다. 거의 마지막이 되어서 내 마음을 열게 되었는데 이제 헤어질 시간이다. 다음 텀은 처음부터 마음 열고 싶다. 기도해야겠다. 이번에는 내 마음이 빨리 열릴 수 있도록.
더 사랑하고 챙겨주지 못한 것도 아쉽다. 우리 순원들을 사랑으로 대하지 못할 때가 많았다. 가식적이었을 때도 많았다. 위의 좋았던 점과 겹치는데 아직 나는 사랑을 하지 못하는 것 같다. 다음 텀은 진심으로 사랑하는 순장이 되었으면 좋겠다.
순 마무리하면서 한 명씩 연락을 하며 내가 연락하면 그동안 자주 연락하지 못했던게 너무 아쉬웠다. 내가 연락하면 불편해할 것 같아서 조심스러워 했었는데 다음 텀은 이런 생각을 조금 줄이고 조금 귀찮게 해야겠다.
하나님의 편에서 선택하지 못할 때가 많았다. 이번 텀을 마치면서 '이전에 있던 교회로 돌아가야하나?'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하나님의 뜻인지 나의 미련인지 모르겠다. 솔직한 나의 마음은 가기 너무 싫었다. 이 곳에서 예배 드리고 기도하는 것이 너무 소중하고, 여기서 받은 사랑과 관심들, 여기서 만난 사람들 모두 너무 좋아서 가기 싫다. 그래서 한 텀 더 남아있기로 결정했는데 순종하지 않은 것 같아 마음이 조금 무겁다. 하나님의 뜻을 구별하고, 바로 순종할 수 있는 믿음을 구한다. 아직 하나님을 온전히 신뢰하지는 못하는 것 같다.
은혜와 감사와 회복. 이번 텀을 마무리하며 생각나는 단어인 것 같다. 항상 행복하지는 않았지만 모든 순간 하나님께서 함께해주셔서 감사할 수 있었고, 내 마음이 병든지도 모르고 있었는데 이번 텀을 통해 내 내면과 하나님을 향한 마음이 많이 회복되었다. 그리고 내가 이곳에서 하나님 이야기를 하고, 들을 수 있는 것이, 예배하고 눈물로 기도할 수 있는 것이 모두 하나님의 은혜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런 귀한 공동체에 내가 속해 있을 수 있어서, 좋은 것이 좋은 것인 줄 알 수 있는 때에 이 공동체에 올 수 있게 되어 감사하다.
그들이 물에서 나오자 주의 성령께서 빌립을 데리고 가셨습니다. 내시는 그를 다시 볼 수 없게 됐으나 매우 기뻐하며 가던 길을 계속 갔습니다. (행 9:39)
이번 텀 계속해서 생각나는 말씀이다. 나와 우리 순, 다락방 모두 이번 텀을 돌아보았을 때 예수님과 함께한 기억으로 기뻐하길 바란다. 나는 사실 너무 아쉽고 미안한 마음이 아직은 더 크고, 주님께서 가라고 하신 길이 맞는지도 의문이지만 다른 친구들은 기뻐하며 가던 길을, 주님께서 예비하신 길을 가길 바란다.
내일부터는 나도 아쉬움을 뒤로하고 좋았던 기억들을, 받은 은혜들을 생각하며 다음 텀 더 큰 은혜를 주실 주님을 기다려야겠다. 귀한 한 텀을 선물로 주신 주님께 너무 감사하고, 부족한 나를 기다려주고 응원해주고 사랑해준 우리 순과 다락방 모든 사람들도 감사하다. 조금 더 성숙해져서 감사의 말을 직접 할 수 있는 날이 오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