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연말과 23년 연초의 모습이 기억이 난다.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며 갖지 못한 것들을 부러워하던 연말을 보내던 중 우연한 기회로 가게 된 예배에서 그리스도인의 행복은 어디에서 오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새로운 기대감으로 23년을 맞이했다. 벌써 1월 첫 주가 지나갔는데 23년 한 해를 돌아보고 23년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회고를 쓴다.
직장인
직장인으로서 23년에 많은 일들이 있었던 것 같다. 내가 담당이 된 서비스를 실제로 배포하는 경험을 했고, 번아웃으로 인해 퇴사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도 가졌다. 개발자로서의 자세가 되어 있는지, 그리고 직장에서 내 모습은 어떤지 돌아보는 시간이 있었고, 지금은 또다시 새롭게 즐거운 마음으로 일하고 있다.
담당 프로젝트 배포
우리 솔루션을 클라우드 부가 서비스로 올리는 일을 진행했다. 다른 사람들이 메인 서비스에 집중하고 있어서 도움을 구할 수 없었고, 그래서 혼자 개발하고 배포까지 하는 경험을 했다.
하나의 소스로 AWS 클라우드에 올라가는 서비스와 부가 서비스로 올라가는 서비스가 동시에 이루어져야 했다. 그런데 내가 맡게 된 일은 국내 클라우드에 올리는 것이었고, 타임존에 이슈가 생겼다. 타임존을 어떤 곳에서든 사용할 수 있도록 추상화하고 개발을 진행했는데 이 과정에서 AWS 클라우드 작업을 하는 분들이 AWS만을 염두에 둔 코드로 수정하여 문제가 발생하는 상황이 잦아졌다. 나는 레포지토리를 분리해서 따로 가져가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혼자서 두 가지 상황에 대해 고민하고 누가 이 소스를 수정하지 않을까에 대해서 염려하면서 조금 스트레스를 받았었다.
지금 돌아보면 하나의 레포지토리에서 두 서비스를 배포하는 것이 좋은 결정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유는 기능 개발이 추가로 이루어질 때 두 번의 작업을 하지 않아도 되고, 추상화에 대해 더 생각하고 코드를 작성하게 되는 점이다.
실제로 배포하는 과정은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방화벽과 네트워크 설정을 해주어야 했고, 보안성 관련 조치들도 취해야 했다. 서버의 보안을 위해 작업하는 과정이 처음이었는데, 리눅스에 이런 설정들이 있구나라는 것을 배웠고, 실제 로그 모니터링도 하면서 정말 별의별 네트워크 요청이 들어오는구나라는 것도 느꼈다.
사내에서 그렇게 주목받지 못한 프로젝트라 인정을 받지는 못했지만, 개인적으로 실제 서비스를 구현부터 배포까지 하는 전체 과정을 겪을 수 있는 귀중한 경험이었고, 프로젝트에 애정이 생기게 되었다.
구독/결제 서비스
이후에는 구독/결제 서비스를 개발하게 되었다. 결제는 국내 결제와 해외 결제 그리고 AWS 마켓 플레이스 결제가 있었고, 구독은 우리 제품은 SaaS 형태로 월별 또는 엔터프라이즈 형태로 이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구독이 필요했다.
중요 서비스였기 때문에 DB 설계부터 팀장님을 비롯한 시니어 분들과 많은 회의를 했고, free-trial, 월별 구독, 엔터프라이즈 구독 서비스를 구현하고 실제 서비스에 배포했다. 결제는 국내 결제는 PG 사와의 연동을 통해, 해외 결제는 Stripe를 사용했다. 마켓 플레이스는 결제를 직접 처리하지 않고, 사용량과 구독 정보를 마켓 플레이스에 보내기만 하면 됐었다.
구현하는 과정은 재밌었다. 처음으로 Facade를 사용해서 개발했고, 실제 결제가 이루어지는 과정, 구독 배치를 통해 자동 연장이 되는 과정을 눈으로 보며 정말 즐겁게 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이후 검증 과정을 거치면서 번아웃이 찾아왔다. QA를 위한 테스트 케이스를 만들며 늦게 귀가하는 경우가 많아졌고, 외롭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다. 우리의 제품인데 혼자 테스트를 위한 것을 만들고 있다고 느껴졌다.
탈주
위의 구독/결제 서비스 QA를 하며 느낀 감정들로 회사에 이번 개발건까지 진행 후 퇴사하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팀장님이 배려해 주셔서 한 주 쉬고 오기도 했지만 이런 생각들이 변하지 않았다. 밤새는 일들과 힘든 일과 감정이 쌓이다 보니 보상받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여러 대화의 과정을 거치면서 2주간의 휴식을 하고 돌아오기로 마무리되었다. 회사에서 연락이 올 때는 연락을 받고 내용에 대한 설명은 했지만 최대한 코드를 보지 않으려 했고 휴식을 취했다.
시스템 소프트웨어
회사에서 준 2주와 내 연차 1주를 사용해서 3주의 휴식 후에 복귀하고, 서비스 개발이 아닌 시스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팀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현재는 데이터를 수집하고 집계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 중이다. 서비스를 개발하다가 시스템 소프트웨어 개발을 하려고 하니 생소한 언어와 개념들을 마주하게 된다. 서비스 개발하면서는 어떤 것을 메모리에 올리고 사용할지, 파일을 어떻게 쓸지에 대한 고민을 전혀 하지 않았었는데, 지금은 객체를 생성하는 것부터 고민의 시작이다. 이 과정이 지금까지는 너무 즐겁고 역시 고민을 하면서 일하는 것이 내게 더 맞는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스도인
22년 마지막 주 마커스 워십 예배를 갔다가, 그리스도인의 행복은 이전보다 더 큰 하나님을 알게 된 것에서 나오는 것이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나의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하나님의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기도를 해야 한다고 말씀해 주셨다. 23년을 시작하면서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시작할 수 있게 된 가장 큰 감사가 있는 예배였다.
새로운 순
새로운 순원들을 만났다. 이제 대학부에서 마지막이다 보니 나와 비슷한 나이를 가진 친구들을 만났다. 그래서 그런지 더 친근하고 편하게 느껴졌다. 이전보다 순원들에게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 있었고, 순원들에게 의지도 많이 했다.
블레싱
결혼식으로 인해 크리스마스 블레싱에는 부분 참석했다. 그럼에도 우리 순원들, 다락방 사람들과 친해질 수 있었고 너무 좋은 동생들을 만나서 아직도 만나고 밥도 먹는다.
아웃리치
회사에서 3주간 쉬는 기간 몽골 아웃리치를 다녀왔다. 이번 공동체에서 처음으로 떠나는 해외 아웃리치였는데 부팀장으로 가게 되어서 부담이 되었다. 잘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는 말에 친구가 "또 잘할 거잖아. 복받았네 몽골 본부"라는 말에 정말 큰 힘을 얻었다. 그리고 몽골 아웃리치 떠나는 전날까지 감기에 걸렸었는데 걱정해 주며 기도 제목을 물어보는 그 친구를 보며 나도 저런 그리스도인이 되고 싶다는 다짐을 했다.
몽골에서 나는 내가 세운 율법들을 마주했다. 술에 대한 거부감, 주일 성수, 예배를 드리는 자세 모든 것 다 내가 세운 율법이었다. 아침에 하는 큐티조차도 율법으로 할 때가 많았다. 하나님께서 어떤 예배를 기뻐 받으시는가에 대해 몽골 친구들을 보며 배우게 되었다. 그리고 집회에서 기도하며 하나님의 음성을 들려달라고 기도했지만 정작 내 이야기만 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려주셨다.
주님 안에서의 자유, 그리고 하나님의 음성과 때를 기다리라는 것이 이번 몽골 아웃리치 내게 주시는 말씀이었던 것 같다.
만남의 축복
이 공동체에서 이제 만 3년 정도 있었는데, 정말 많은 만남의 축복이 있었다. 닮고 싶고 배울 수 있는 친구들이 바로 옆에 있다는 것, 그리고 그런 친구들에게 많은 사랑과 관심을 받는 것, 나도 이들처럼 하나님 사랑하고 예수님 닮아가고 싶은 마음이 들게 된 것이 내가 이 공동체를 사랑하게 된 이유인 것 같다.
몽골 아웃리치를 떠나는데 위로와 힘을 준 친구 외에도 나를 위해 기도해 주고 이해해 준 많은 친구들이 있다. 내가 이들에게 한 것이 아무것도 없는데 이런 사랑을 받아도 되나 싶기도 하지만, 요즘 조금 뻔뻔해져서 나도 다음에 이런 사람이 되면 되지 이렇게 생각하게 된다.
예수님의 모습을 가진 친구들처럼 나도 그 모습으로 한 영혼 더 사랑하고, 한 영혼 위해 더 기도해야겠다. 23년도 예배의 자리와 기도의 시간을 지키려고 노력했고, 성경 통독을 통해 하나님과 예수님에 대해서도 더 알게 되었다. 그리고 아웃리치를 통해 내게도 들려주시는 주님의 음성을 느꼈다.
다음 스텝
일단 나이가 차서 지금까지 있었던 교회 공동체에서 떠나야 한다. 이전에 다니던 교회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있다. 하나님께서 주셨던 약속들을 어떻게 이루어가실지에 대한 기대감과, 그곳에 남겨두고 온 동생들이 계속해서 걸리는 마음이 크다. 현재 우리 엄마의 반대에 부딪혀 아직 정하지 못한 상태이지만 늦어도 6월에는 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금까지 내가 있어야 할 곳으로 인도하신 하나님께서 이번에도 그렇게 일하실 것이라고 믿는다. 내가 있어야 할 곳이고 하나님께서 부르신 곳이라면 그곳에 가고 싶다.
직장에서는 시스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일하게 되었는데 너무 재밌다. Go 언어를 새롭게 사용하는데 언어에 대한 흥미도 생긴다. 주어진 일들에 최선을 다해 일하면 다음 스텝 또한 하나님께서 이루어주실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하루하루에 기쁘게 일해야겠다.
우리가 소망의 확신과 자랑을 끝까지 굳게 잡고 있으면 우리는 그의 집이라
24년 시작하며 받은 말씀이다. 어디로 가든지, 어디에 있든지 산소망이신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확신과 하나님의 자녀라는 자랑을 굳게 잡아 하나님의 성전으로 살아가고 싶다.